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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추픽추 가는 길(2). 쿠스코에서 마추픽추까지

by FlyingJin 2020.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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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츄픽추 가는 길 (2) , 여행 그림일기

https://urbansketch.tistory.com/7

 

잉카의 심장 쿠스코에 가다. 여행그림일기 (1)

마추픽츄 가는길 (1), 잉카의 심장 쿠스코에 가다. Avianca 비행기 타고 쿠스코로 가는 날 여전히 새벽 5시에 잠에서 깬다. 편안했던 Lima 일정을 끝내고 오늘 Cusco로 간다. 고산병 약도 빈틈없이 챙겨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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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일찍 단체 버스를 타러 간다. 고산병 증상 완화를 위해 코카 캔디도 넉넉하게 가방에 챙겨 넣었다. 쿠스코 시장에서 코카잎, 코카 차 티백, 코카 캔디를 모두 구입 가능한데 티백은 왠지 미덥지가 않고 코카잎은 번거로워 보여서 코카 캔디를 챙겨 넣었다. (대부분의 숙박업소에 코카 차는 비치되어 있다.) 모든 예약 인원을 태운 버스는 쿠스코를 벗어난다. 오늘 우리 일정은 잉카 유적지와 마을 몇 곳을 들러보고 마추픽추 바로 아래 마을인 아구아 칼리엔테 Aguacallientes로 가는 기차, 잉카 레일을 타기 위해 오얀따이땀보 Ollyantaytambo로 가는 것이다. 

마추픽추로 가는 방법은 3가지

 

1. 잉카 트랙 : 쿠스코에서 마츄픽추까지 고대 잉카인이 걸어간 길을 따라 걷는 코스, 가격이 비싸고 미리 예약 필요함.

2. 버스를 잠깐 타고 쿠스코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에 가서 아구아칼리엔테스까지 길게 기차를 타고 가는 코스.

3. 버스를 길게 타고 (그 사이 대부분 잉카 유적지나 잉카 마을에 들른다) 기차를 탈 수 있는 마지막 마을 오얀따이땀보에 가서 기차를 짧게 타고 (2시간 이하) 아구아칼리엔테스로 가는 코스.

 나는 잉카 유적지도 몇 군데 들러볼 겸 3번 코스를 선택했다.

 

 4군데 이상이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늦어져서 어쩌고저쩌고 설명과 함께 결과적으로 1곳의 잉카 유적, 1곳의 잉카 마을, 그리고 1곳의 특별한 지형을 돌아봤다. 페루에서 모든 것이 스케줄대로 딱 맞아떨어지는 것을 기대하면 안 되기 때문에 놀랍지 않고 이 세 곳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지쳐서 아쉽지도 않았다. 이 지역을 신성한 계곡이라고 하는데 가이드가 스페인어와 영어를 번갈아 가면서 설명을 해준다.

 

Moray 

잉카의 농업 연구실이었다는 잉카시대 경작지. 보이는 것과 달리 내려가면 계단 하나의 높이가 건물 1,2층 정도로 매우 높다. 그렇다 보니 각 계단마다 기온이 달라 다른 온도에 적합한 식물들을 재배했었다고 한다. 가장 기대했던 곳 중에 하나인데 사실 사진에서 우리가 본 것은 재현해 놓은 곳이고 오리지널 경작지는 많이 훼손돼 있어서 원래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주변에 안데스 산맥을 배경으로 한 붉은 흙과 푸른 풀의 아름다운 대비가 서운함을 보상해주었다.

 

 

Chinchero 마을

잉카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살고 있는 잉카 마을이다. 들어가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관광객을 빙 둘러 앉힌 후 전통방식으로 실에 염색하는 법, 천을 짜는 법을 보여주고 차도 한 잔씩 건네준다. 그리고 쇼핑 타임을 갖게 한다. 전통 방식을 고. 수. 하면서 산다고 말하기에는 이제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만 남은 것 같아서 좀 서글퍼졌다. 남편이 양털 스웨터를 하나 사고 싶어 해서 꽤 오래 둘러봤는데 사이즈가 둘쑥날쑥이라서 포기했다.

Chinchero 친체로 잉카마을 

 

Salinas

안데스 산맥 중간에 마법처럼 짠 하고 하얀 소금밭이 나타난다. 다들 예상하듯 이곳이 예전에 바다였는데 솟아오르면서 생긴 것. 이런 특이한 소금밭에 오면 사람들이 꼭 하는 바보짓, 바닥을 찍어 먹어보고 "소금 맞네!" 참 더럽고 우스운 짓인데 나도 한번 해봤다. 짜다 못해 쓰다. 가이드가 어디에서 인증샷을 찍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 곳은 지금도 소금을 채취하는 곳이라 일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오는 길에 기념품으로 작은 핑크 소금을 하나 사고,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 남편은 여기서 모자를 살까 말까 조금 망설였다. 그리고 나중에 볼리비아, 우유니에서 이때 모자를 살걸 큰 후회를 하게 된다.

 

 

 강렬한 햇볕, 이건 말 그대로 정말 강렬한 햇빛이 나를 찍어 누르기 시작한다. 거기다가 모래 바람까지 심해졌다. 다들 황급하게 버스로 귀환했다. 이제 우리의 버스 종착역인 오얀따이땀보에 도착했다. 이 버스는 원데이 투어 버스라서 마츄픽추로 갈 사람은 기차를 타기 위해서 여기서 내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잉카 유적지 투어를 계속한다. 버스는 우리 둘만 내려주고 떠났다.

 

 오얀따이땀보, 가장 훼손되지 않은 잉카 마을. 작은 마을은 아담하고 예쁘긴 하지만 관광업 외에는 어떤 수입원이 있을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깊은 산중이다. 지금은 비수기라 그런지 마을은 황량했다. 마을 뒤엔 오얀따이땀보 유적인 신전이 있다. 마추픽추가 발견되기 전 최후의 요새였다고 하는데 규모가 마을과 비슷할 정도로 크다. 여기서부터는 가이드가 없으니 다른 팀의 설명을 잠시 엿들어 보려고 하다가 이내 포기하고 그냥 풍경을 즐기기로 했다. 신전은 돌 쌓기의 달인인 잉카인의 유적답게 견고하다. 이 곳도 계단 하나의 크기가 엄청나다. 애써서 정상에 오르니 안데스 산들과 마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건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요새 마을 같다. 꼭 이런 지형에서 매복하는 작전을 하지 않았나?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서 간단한 드로잉을 시작했다. 신전은 내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모래 바람을 들이민다. 이건 뭐 폭풍 수준이라 눈을 뜰 수가 없다. 유적 아래쪽은 정원처럼 평화로운데 유적 정상은 이렇게 모래 폭풍이 불다니 이 무슨 잉카의 조화인가.

 

 

 남은 시간에 광장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브레이크 타임인 거 같았는데 요리사는 우리 둘을 위해서 문을 열고 가스레인지를 다시 켰다. 얼마나 공을 들이는 건지 음식은 주문한 지 1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나왔다. 기다림과 배고픔에 살짝 짜증이 났는데 음식은 생각보다 맛있어서 최고예요! 감사해요! 를 연발하며 먹었다. 어둠이 내릴 무렵 기차, 잉카 레일에 탔다. 잉카 레일은 외국인 호구잡이로 악명이 높다. 외국인은 무조건 위쪽이 유리로 된 1등석? 에 타야한다. 현지인이 타는 칸은 저렴하겠지? 그런데 이 돈이 현지인들의 수입원이 된다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잉카레일은 페루 소유가 아니라고 들었고 따라서 수입도 영국이나 미국으로 빠져나갈 것이다. 우리는 울며겨자먹기로 이 기차를 탈수 밖에 없다.

 

기차의 가격은 시간대에 따라 다르다. 천장이 유리로 된 기차를 타고 가면서 주변 풍경도 관찰할 수 있어서 낮에 더 비싸다. 어차피 계속 보는 안데스, 그리고 너무 피곤해서 대부분 곯아떨어지기 때문에 굳이 비싼 낮에 탈 필요는 없어 보였다. 물론 우리도 기차를 타자마자 곯아 떨어졌다.

(우리가 탄 기차는 비수기였고 저녁 기차였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 기준 100불이 넘었다.) 

 

 

 

아직 도착 전인데 갑자기 기차가 멈춰 서고 한참을 움직이지 않는다. 승무원들이 분주해진다. 불안한데... 이거 무슨 일이 나도 난 것 같아. 남미에 와서는 어떤 것도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지나고 보니 그래서 추억이 많아지는 곳이 남미인가 보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기차가 고장 났다! 모두 내려서 걸어가란다.

이 밤에 이 무슨 피난행렬이란 말인가...

 

이렇게 밤이 저물고 내일 새벽에는 드디어 마추픽추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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