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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여러가지 리뷰

대멸종 연대기 - 피터 브래넌

by FlyingJin 2021.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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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 연대기 - 피터 브래넌

(The Ends of the World)

첫인상.. 두껍다...

나에게는 상상할 수 조차 없는 큰 숫자들의 나열과 난생처음 듣는 생소한 단어들, 읽기 쉬운 내용들은 아니라서 메모를 해가면서 읽었다. 어려운 단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내용 자체는 흥미로워서 금방 읽을 수가 있었다. (1주일 동안 읽었지만 두꺼우니까 '금방'이라고 하자.)

45 억년 전쯤 탄생한 지구는 긴 (길다고만 표현하기에는 너무너무 긴) 시간 동안을 불모의 땅으로 존재하다가 5 억만년 전쯤 생명이 움트기 시작한다. 그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구 상의 생명체는 5회 대멸종을 겪었다. 페름기말 대멸종에는 무려 96%의 생명체가 멸종했다. 5번의 대멸종의 원인에는 소행성 충돌이라는 외부적 이벤트도 있었지만 탄소순환 사이클에 의한 지구 자체의 변화가 대부분이었다. 대륙의 순환으로 인한 지각 변동, 화산 폭발 그로 인한 대기 온난화, 해수면 상승 그리고 해양 산성화와 같은 해양환경 변화 등 이렇게 지구는 뜨거워졌다가, 다시 암석의 풍화와 함께 대기 중 탄소가 감소하고 식으면서 빙하기가 찾아온다. 이렇듯 외부적 요인 없이도 지구는 스스로 순환 사이클을 가지고 있고 이에 따른 결과로 대멸종이 초래되고 그 후 다시 생명이 번성하기를 반복해왔다. 기간마다 길이의 차이는 있지만 일어날 것이 일어나게 되는 순환구조라는 느낌이 들었다.

 현재를 살고 있는 나는 뉴스에서 멸종위기에 빠진 종에 대한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한다. 이 시대의 멸종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탄소순환에 따른 지구 환경 변화와 별개로 호모 사피엔스라는 영작류의 출현은 그 이동과 함께 무수히 많은 생명체를 멸종시켰다. 또한 산업혁명 이후 지질층의 태양에너지 저장고라고 할 수 있는 석탄, 석유, 천연 가스를 캐내어 태우는 한마디로 스스로 지구에 불을 지르는 행위로 지구 대기의 온도를 올리고 있다. 이런 설명들이 곁들여졌을 때 나는 이 책의 결말은 인류가 초래한 대멸종의 시작을 예고하는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막장 드라마 엔딩 같은 지구의 복수극을 원하고 있었다. "봐라 내 그럴 줄 알았지!"  하지만 책의 결말은 나의 예상과는 달랐다.  과학자들은 자극적인 엔딩 대신 철저하게 지질학이라는 근거에만 입각해서 답변을 하고 있다. 인간의 일탈 행위는 대멸종의 시작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미미하다. 대멸종이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던 대로 있는 대로 화석연료를 태우고 산을 불태우고 하천을 오염시켜도 되는 걸까? 아니. 우리가 벌이고 있는 짓은 대멸종과는 별개로 우리 인간종의 서식지에는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가 바꾼 환경에서 인간이 살기 적합한 서식지가 줄어들고 늘어난 인구가 한정된 땅에 몰려들다 보면 인간이 받게 되는 스트레스는 우리가 견뎌낼 수 있는 역치를 벗어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 뒤에는 어떤 시한폭탄이 터질지 알 수 없다. 또한 지금 대멸종을 논하기는 어렵다 해도, 모든 자연현상은 선형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하니 결과는 언제 어디서 어떤 후폭풍을 발생시킬지 알 수 없다.

 지구는 탄소순환으로 온도의 상승과 냉각을 반복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기는 짧은 간빙기에 속해있어서 과거를 유추해 보면 이제 빙하기가 도래해야 할 때라고 한다.  인간이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대기를 데우고 이로 인해 빙하기가 미뤄지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책은 말한다. 그럼 우리는 우리 종의 미래를 파괴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먼 미래에서 봤을 때는 애써 붙잡고 있는 것일까? 현재 우리의 미약한 행위가 어떤 의미이던지 간에 지구는 15억 년 후쯤 더 이상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행성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 사이 우리가 어떤 발전과 발견을 하느냐에 따라서 인간종의 멸종이냐 영속이냐가 결정될 것이라고 책은 말하고 있다. 다른 행성 어딘가에 우리가 발붙일 다른 서식지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대멸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그것은 어느 순간, 모멘텀에 펑! 핵폭탄이 터지듯 순간에 일어났을 것 같지만 대부분의 대멸종은 수 천년에서 수만 년의 기간 동안 일어나는 것이다. 그것이 지질학을 근거로 추론할 때는 '한순간'이라고 불린다. 지금 당장 대멸종이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사실 우리는 인지 할 수 없다. 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긴 시간이 다시 흐른 후 그때의 생명체가 말할지도 모른다. 21세기가 대멸종의 시작이었다고.

 

지질학이라는 평생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책을 읽었다. 모든 것을 다 소화했다고 말하긴 어려워서 지금 아슬아슬하게 붙잡고 있는 내용이라도 정리해서 남겨본다.  내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큰 존재와 긴 시간을 논하다 보니 인간의 삶이 얼마나 찰나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지식을 얻고 새로운 시각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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