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케치북 들고 국내여행

국내여행- 청년김대건 길, 은이성지, 골배마실성지

by FlyingJin 2021. 3. 15.
반응형

국내여행- 청년김대건 길, 은이성지, 골배마실성지

청년 김대건 길은 한국인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천주교 박해 속에서 밤마다 사목활동을 전개하던 길이다. 은이 성지에서 신덕고개, 망덕고개, 애덕고개 세개의 고개를 넘어 미리내 성지까지의 순례길이다. 오늘은 은이성지에서 출발해 보기로 했다. 은이 성지의 '은이'는 숨어 지내던 은자들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하얀 성당에 기와가 얹어진 모습이 한국적이고 아름답다. 도착하자 마침 미사가 끝났는데 코로나 시기여서 성당 앞 잔디밭에서 야외 미사가 진행 중이었다. 야외에서 거리를 두고 앉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미사를 보니 방역에 신경 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미사에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주변만 둘러보고 청년 김대건 길로 향했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생각보다 늦게 출발해서 서둘러야 한다.

코스 중간중간 성지에서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데, 이런 디테일이 둘레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재미를 주곤 한다. 나도 한 권 챙겨서 스탬프를 찍어보았다. 완주하면 기념품도 받을 수 있다는데 탐난다!

은이 성지에서 출발해서 청년 김대건 길을 가기 위해서는 조금 더 마을길을 올라가야 한다. 길목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서 길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출발 전 인터넷에서 '김대건 길'을 검색하면 보통 은이 성지 사진만 나와있고 실제 길의 모습이나 난이도에 대해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성당 앞의 지도를 보니 대충 감을 잡을 수가 있었는데, 결론은 우리가 미리내 성지까지 가는 건 무리란 얘기 😁

10km 정도는 걷는 것은 문제없지만 그 사이에 험한 고개가 세 개나 있다면 그건 문제가 다르다. 일단 우리는 신덕 고개에 가서 와우정사까지 가보는 걸로 하고 출발한다.

이정표를 따라 가면 은이골 가족캠핑장이 나오는데 캠핑장을 통과해서 신덕 고개로 향하게 된다. 가는 길에 공장이 많아서 동네 분위기가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공장마다 키우는 개들은 왜 이렇게 짖는 거니 ㅜㅜ

캠핑장을 지나서 이제 본격적인 산길로 들어선다. 소나무 같은 사철나무가 거의 없어서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을 보이고 있어서 쓸쓸한 느낌이 든다. 봄이 되고 잎이 나면 더욱 좋겠다. 다시 와야지! 대신 장점은 계절 때문인지 사람이 없다. 날씨는 13도 정도로 걷기 딱 좋은데 산길엔 시종일관 남편과 나, 둘뿐이다. 당연히 오랜만에 마스크도 좀 벗고 걸어보겠구나. 그런데 웬걸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오늘은 미세먼지가 최악인 날이다. 나뭇잎이 있었다면 막아줬을까? 산속까지 뿌연 느낌에 목이 칼칼하다. 오늘은 코로나가 문제가 아니라 미세먼지 때문에 KF94 마스크를 벗을 수가 없다. 작년 하늘은 참 맑았는데 말이지...

처음에는 위 사진과 같이 걷기 좋은 길이 조금 펼쳐지다가 => 돌멩이가 깔린 길로 바뀌었다가 => 오르막이 시작된다.

계단은 없는데 꽤 오르막이다. 헥헥헥😓 그래서 세 개의 '험한'고개라고 했구나. 갑자기 나타난 신덕 고개! 엥??? 전투력을 높이고 있는데 싱겁게 끝나버렸다. 여기서 이제 방향을 정해야 한다. 와우정사로 내려갈 것인가? 문수봉으로 산길 능선을 따라갈 것인가? 칠봉산으로 올라갔다가 골배마실 성지로 내려갈 것인가? 

차를 은이 성지에 두고 와서 다시 은이 성지로 돌아가야 하는데 어디로 가도 대중교통이 만만치가 않다. 그렇다면 걸어서 다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할 때, 와우정사는 완전히 산을 내려가는 길이라 다시 은이 성지로 가려면 신덕 고개를 또 넘어야 한다! Oh NONONO... 문수봉을 따라가자니 2시간 넘게 산길을 따라가서 문수봉에 간다고 한들.. 빼도 박도 못하게 중간에서 그 뒤는 꼼짝없이 진짜 10킬로 가야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마지막 옵션, 칠봉산으로 올라갔다가 골배마실 성지로 내려가는 코스를 택했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마을길을 슬슬 산책하듯 걸어 은이 성지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 계단만 조금 오르면 칠봉산인 줄 알았는데

😨

계단을 올랐더니 계단 없는 강력 오르막이 두둥! 

(사진에 잘 안 찍혔는데 실제 상당히 오르막)

그래도 그것만 오르면 되겠지 하고 올랐는데...

낚였다! 

또 오르막. C.... 현 욕 나옴

다들 그 마음인가?

여기서 마음 좀 식히라고 그곳에 벤치가 있다.

가져간 초콜릿을 까먹고 마음을 진정한다.

그렇게 3번쯤 더 오르막 구간을 오르니 다리가 이제 내 다리가 아니다.

그렇다. 칠봉산은 440m로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뾰족한 산이였던 것이다.

겨우내 살을 찌운 무거운 몸뚱이를 끌고 올라가려니 더욱 힘이 들었으리라.

그래도 올랐고 이제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 내려가는 것도 상당히 경사가 있었다. 그래도 거리 자체는 매우 짧다.

급 경사 구간을 한 번만 내려가면 바로 미군 훈련지역이 나오는데 여기서부터는 그냥 완만하고 넓은 길이다.

한참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내려가다 보니 엇!!

골배마실 성지를 지나쳤다. 😑

그렇다. 골배마실 성지는 생각 없이 지나가면 그냥 지나치기 참으로 쉽게 생겼다. 특별한 건물이 있거나 하지 않아서...

문은 잠겨있다. 기도를 하는 곳이라 그 목적이신 분들은 은이 성지에 전화를 하면 비밀번호를 알려준다고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우리는 그런 목적이 아니기도 하고, 밖에서 봐도 안쪽이 다 보여서 앞에서 스탬프만 찍고 가기로 했다. 지나가던 할아버지 한분이 옆에 다리로 개천을 건너면 들어갈 수 있다고 귀띔을 해주고 가시긴 했다. 

이렇게 골배마실 성지까지 내려오는 것으로 오늘의 둘레길 탐방을 마친다.

왔던 길로 돌아가기가 힘들고, 각각의 장소들이 서로 대중교통으로 빠르게 연결될 수 없는 지형이라 다음에는 차를 가져오지 않기로 했다. 모든 장소가 용인 터미널과는 버스로 모두 연결되므로 다음에는 용인 터미널쪽 주차장에 차를 두고 버스로 들어오기로 했다. 나무에 이파리가 나기 시작하면 문수봉!! 기다려!

 

⬇ 오늘 나의 코스 

결론:

아주 만만한 산책길은 아님.

완주를 위해서는 개 오르막-내리막 대환장 길이 3회 정도 있을 것 같음.

다음에 도전해보겠음.

 

마을길을 슬슬 걸어 다시 돌아온 (평지 동네길이라 어렵진 않지만 4킬로 정도는 걸어야..) 은이 성지

다시 봐도 참 예쁜 성당이다. 다만 성스러움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인근에 공장이 많고 길에 쓰레기가 많아서 안 홀리스러워 보여 속상하기도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청년 김대건 길도 잘 관리되면 좋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