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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북 들고 세계여행

부에노스아이레스 커피는 맛없다, 아르헨티나 여행 _카페 투어 (1) 그림여행

by FlyingJin 2023.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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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아이레스 , 아르헨티나 여행 _카페 투어 (1) 그림여행

커피와 카페에 대한 이야기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커피가 맛없기로 유명한 바로 그런 도시였다. 코로나 전까지는 분명 그러했다. 코로나가 끝난 후 다시 방문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최악의 경제난 속에 그래도 발전한 것이 있으니 ..
 
제법 맛이 좋은 커피와 메디아루나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많아졌다.

#하네뮬레 워터칼라북 A5 인물형 200g
#미쓰비시 Uni Pigment Liner 0.1
#윈져 앤 뉴튼 코트만 12색
#아트 메이트 콜린스키 붓 8호
 
Cafe con leche
(스페인어 그대로 직역해 보면 우유를 넣은 커피)

 
아르헨티나는 에스프레소보다 Cafe con leche, Cafe Cortado와 같이 커피에 약간의 스팀우유를 넣어서 마시는 경우가 많다. (카페 콘 레체와 카페 꼬르따도는 우유의 양이 다른다.) 커피 자체가 맛이 없어서이지 않을까라고 의심해 본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커피는 밍숭밍숭하다고 해야 할까 수돗물 맛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참 심심하고 맛이 없다. 세계 여러 곳을 가봤지만 커피 맛없기로 손에 꼽히는 도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카페 문화가 매우 발달되어 있어서 카페는 굳이 커피만 마시러 가는 곳은 아니다. 아침에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종이 신문을 읽는 할아버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낮에는 친구들을 만나서 게임을 하거나 수다를 떨고 밤이 되면 피자 한판에 맥주 한잔의 사랑방이 된다. 나 또한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부에노스아이레스 감성을 느끼기 위해서 자주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커피 자체에 진심인 친구들은 부에노스를 가기 전에 원두를 사가지고 들어가서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마셨다. 커피 맛에 관한 문화차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 현지 친구들도 자기들 커피는 맛이 없다고 순순히 인정한다. 피자와 메디아루나에 대한 부심은 내려놓지 앉는 반면에 커피는 순순히 인정하는 걸 보면, 문화차이라기보다는 그냥 여기 커피는 참 맛이 없다. 
 
메디아 루나 (Medialuna: 아르헨티나 스타일 크라상)
 
아르헨티나를 포함한 남미의 나라들에서 즐기는 남미식 크루아상이다. 모양이 반달 모양이라서 Media Luna (반달)이라고 부른다. 프랑스식 크라상은 겹겹이 결이 느껴지게 구워서 바삭하고 가벼운데 반해 이곳의 메디아 루나는 훨씬 묵직하고 겉에는 시럽을 발라 고소하다. 원칙은 버터향이 강한 빵...이라고 되어 있으나 버터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처럼 소를 많이 키우는 나라에서 왜 치즈와 버터가 맛이 없는지는 참으로 미스터리하다. 빵이 밍숭밍숭한 데다가 가끔은 매우 퍽퍽하기까지 해서 카페 콘 레체에 찍어 먹는 게 국룰이다.
 
그런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코로나를 지나면서 많은 카페가 문을 닫고 또 새로 오픈하는 과정에서 변했다. 특히 커피와 베이커리가 많이 변했다. 고소하고 밀도 강한 우유거품이 올라가 있다거나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도 산미있는 맛있는 커피를 파는 새로운 카페가 많이 생겼다. 메디아루나도 버터향이 강하고 맛있어 졌다. 물론 여전히 빈티지한 올드카페는 예전 맛을 고수(?)하고 있긴 하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한 후에도 2주가 넘도록 탱고를 추지 못했다. 아르헨티나 도착 전 헝가리에서부터 고장 난 발목은 여전히 휴식을 필요로 했다. 남편과 친구들은 탱고 수업을 듣고 탱고 밀롱가로 춤을 추러 갔다. 아직은 피봇(턴)에 자신이 없었던 나는 탱고 대신 동네 여기저기 카페를 찾아다녔다. 머물고 있던 숙소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카페 Flaovr, 테이블은 고작 4개였지만 자기의 몸집의 2배는 돼 보이는 유리 통창으로 안을 환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뭔지 모를 자신감이 느껴진다.
 
자리가 많지 않은데 혼자 테이블을 차지하기 미안해서 창가 바 자리에 앉아 라테 한잔과 메디아루나 한 개를 주문했다. 라테의 거품이 부드럽고 밀도 있는 것이 내 스타일이다. 묵직한 메디아루나는 하루 권장 칼로리를 다 채우고도 남을 것 같아 죄책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달콤하고 진득한 시럽이 발라진 겉은 바삭, 속은 부드러운 그야말로 겉바속촉, 죄책감은 금세 입속으로 사라졌다. 예전 메디아루나는 퍽퍽하게 말라서 카페콘레체 (우유를 넣은 커피)에 찍어야 겨우 목 넘길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코로나 이후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확실히 많이 변했다. 여행자 입장에서 모든 도시들이 변화지 않고 있어 주길 바라지만 이런 커피와 메디아루나의 변화는 환영이다.
 
해가 넘어갈 무렵 혼자 스케치북을 끄적이고 있는데 직원분이 영상을 촬영해서 인스타 올려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네"라고는 했지만 무척 당황했다. 아뿔싸 배에 힘 안 준 것 같다. 망...ㅜㅜ.  배에 힘을 안 줘서 영상과 사진이 쓰레기였는지 다행히 카페 인스타에 내 사진은 올라오지 않았다. 
 
이 카페는 2달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머무는 동안 나의 참새 방앗간이 되어 주었다. 

https://goo.gl/maps/Js1N8yAQ7vbG6dh1A

Flavor Café · Gorriti 3621, C1172 CABA, 아르헨티나

★★★★★ · 카페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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