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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북 들고 세계여행

경제 폭망 속에서도 발전중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원더랜드, 아르헨티나 그림여행

by FlyingJin 2023.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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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 아이레스 여행, 카페 투어,  아르헨티나 그림여행

 

새벽 7시부터 드릴 공사가 시작된다. 공사 감독관이 칸트야 뭐야? 6시 30분에 모닝 망치 소리를 시작으로 7시면 드릴이 시작된다. 정확하게 우리 옆 건물의, 정확하게 우리 옆집의, 정확하게 우리 집과 맞닿은 벽을 공사하는 모양이다.

 

왜 하필 이런 집을 구했냐고? 2달 넘는 기간을 계약해야 했던 나는 불안한 마음에 부에노스 아이레스 살고 있는 친구까지 동원해서 미리 집을 확인 했다. 여행에 있어서 집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크고 깨끗하고 매우 현대적인 한마디로 좋은 집! 오케이 통과. 그렇게 나는 4개월 전에 이 집을 계약했다.

 

체크인하는 날 우리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약 당시 몰랐던 아파트의 맞은편과 옆 건물이 공사 중이다. 짧은 리모델링이 아닌 건물 자체가 올라가는 중이었다. 체크인하는 날은 오후 6시쯤 집주인에게 열쇠를 전달받았다. 공사장 소음에 대한 질문에 집주인은 잠깐 시끄러울 순 있지만 괜찮을 거란다. 다음날 아침 아침 6시 30분 악몽이 시작되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아파트 건물들이 벽을 마주대고 지어져 있기 때문에 소음이 이루 말할수가 없었다. 잠을 이룰 수 없는 건 당연했고 우리 집이 끝집이라 공사하는 건물과 벽을 마주대고 있다 보니 진동까지 동반되어 속이 울렁거리고 두통이 생겼다. 진동을 동반한 소음은 오전 내내 계속되고 점심시간은 칼같이 쉰 후에 오후 3시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이건 정말 아니지 않은가. 다시 집주인을 호출했다. 공사장 감독관과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한다. 심한 공사는 3일 정도만 할 거고 더 이상은 없을 거란다. 말이 되는가? 지금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데.. 드릴만이 문제가 아니다. 망치로 두드리는 소리는 오후 6시가 넘도록 지속되었고 토요일은 휴무라는 약속과는 달리 토요일까지도 계속되었다. 당연히 3일 후에도 심! 한! 공사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집주인에게 드릴소리를 녹화하여 보내주었다. 이제서야 자기가 보기에도 살기가 어려울 거 같다고 인정한다. 그럼 그전에는 몰랐을까? 우리가 왔을 때 4층이 올라가고 있었는데 1~3층이 올라갈 때는 소음이 없었을까? 직거래로 집을 계약해서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순순히 환불을 해준다고 하니 괘씸하기는 했지만 동시에 눈물 나게 감사했다. 이제 급하게 새 집을 구해야 한다.

 

오늘 아침도 여지없이 6시 30분의 모닝 망치 알람과 함께 7시에 드릴공사가 시작되었다. 온 건물을 진동하는 소음에 옆집은 어찌 지내시는지 모르겠다. 7시 반에 집을 박차고 나왔다. 옆집에서 텔레비전이 목청껏 드라마를 방영중이다. 공사 소음 대신 티브이 소음을 선택한 모양이다. 이곳 카페는 대부분 9시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갈 곳이 없었다. 무작정 버스를 타고 어제 봐둔 몇 군데 에어비엔비를 둘러보러 갔다. 보고자 한 것은 단 한 가지! 주변에 공사하냐 안 하냐?!!

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르헨티나 , 카페투어

#하네뮬레 워터칼라북 A5 인물형 200g
#미쓰비시 Uni Pigment Liner 0.1
#윈져 앤 뉴튼 코트만 12색
#아트 메이트 콜린스키 붓 8호

 

오전 9시가 되어 내가 사랑하는 Cafe Corto Maltes가 문을 열었다. 이곳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내가 가장 애정하는 카페 중 한 곳이다. 스페셜리티 커피맛도 일품이지만, 브런치 또한 훌륭하다. 이렇게 세련되게 진화한 카페임에도 가격이 착하다. 이미 단골이 된 터라 주인언니와 잠깐의 눈인사를 나눴다.

나 알죠? 말 안 해도 내 맘 알죠?

진한 커피와 바삭하고 달콤한 메디아 루나로 화를 다스리고 피곤을 달래 본다.

https://goo.gl/maps/iY6CUm4FFjWeCNwL7

 

Corto Maltés Café · Mario Bravo 1195, C1175 CABA, 아르헨티나

★★★★☆ · 카페테리아

www.google.com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원더랜드

연일 뉴스에서 나오듯이 아르헨티나의 경제 사정은 매우 좋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도 전혀 타격 없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 있었으니 팔레르모나 레콜레타 등의 일부 부촌 지역이다. 특히 빨레르모에는 외국인이 많이 산다.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사람들 위주의 노메드들이라 달러나 유로를 수입원으로 하기 때문에 그들은 고물가에 그다지 지장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페소가 폭락할수록 더 저렴하게 생활을 즐길 수 있다. 그 지역 카페는 코로나 이후 오히려 새 단장을 했고, 고급 레스토랑이 늘어났고 거리에는 디자이너 뿌띠크들이 들어섰다. 수입치즈나 유기농 제품만 다루는 고급 식재료 가게들도 많아졌다. 이 곳은 아르헨티나 현실과는 거리가 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원더랜드다.

 

그리하여 외국인들이 주로 사는 빨레르모나 옆동네인 알마그로(지금 우리 동네)는 공사가 끊이질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새 건물이 올라간다. 대부분 에어비앤비를 할 수 있는 오피스텔들이었다. 우리 아파트가 있는 블록 1개에 만도 3개의 건물이 올라가는 중이다. 공사시간이나 소음관리, 분진 관리들이 잘 될 리도 없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집을 구할 때 후기에 소음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무조건 걸러야 한다. "나는 그렇게 예민한 사람이 아냐"라고 치기를 부렸다가는 휴가 내내 신경증에 걸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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