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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 관련 책 리뷰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 북리뷰

by FlyingJin 2020.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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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리모 김현길/ -북리뷰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리모 김현길

꿈이 있나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산다는 것 듣기만 해도 매우 설레는 일이다. 어릴 때 장래희망 칸에 적었던 나의 꿈은 부모님의 바람이었고, 학창 시절에는 입시 공부에 허덕이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시간이 없다. 대학입시 때는 나의 꿈보다는 현실과 적당히 타협을 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취직이 잘되는 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분야가 선정기준이 된다. 그렇게 살다 보면 내가 꿈이 있었던가? 꿈이라는 단어는 동화책에서나 나오는 단어인 것처럼 생각된다. 작가는 그런 꿈을 위해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첫 발을 내딛는다. 책의 서두에서 그런 작가의 설렘과 또 한편으로 불안이 느껴진다. 안정적이고 익숙하던 것을 버리고 낯선 곳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두렵고도 설렌다. 나 또한 직장에서 늘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기분을 많이 느낀 터라 책을 읽으면서 내내 작가와 함께하는 기분을 느꼈다. 예전에 여행 드로잉을 하는 걸 좋아해서 시도를 해보곤 하는데 현장 드로잉이라는 게 쉽지 않았다. 시간은 항상 부족하고, 그림을 그릴만한 장소를 찾아 앉기도 어려웠다. 길에서 아무 곳이나 털썩 앉아 그림을 그리는 것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더더욱 작가의 주변 상황들이 재미있게 읽혔다. 

 

 이 책에는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스위스-오스트리아-체코-터키까지 작가의 한달간의 드로잉 여행 이야기가 담겨있다. 초반에 비행기에서의 다짐, 첫 여행지에서의 당혹감을 읽을 때는 같이 떨렸고 마지막에 이스탄불에서는 나도 함께 제법 여유로움을 느꼈다. 글 중간중간에 미완성의 그림이나 물방울이 튀어있는 현장감 있는 드로잉은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유럽의 풍경을 작가의 눈을 통해 보고 해석된 드로잉으로 보게 되는 것도 좋았지만, 독자를 위해 도시에 대한 역사나 전설 같은 짧은 해설 그리고 사진도 함께 곁들여져 있어서 처음 보는 도시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그리고 역시 여행 에세이답게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와 여행 중에 자주 마주치게 되는 황당한 사건들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딱딱하지 않게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게 읽을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빗방울에 번진 드로잉이 멋지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고자 현재의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떠나는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진 것이 없으면 가진 것을 모아야 해서, 가진 것이 많으면 가진 것을 지켜야 해서 어떤 이유든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나 또한 그런 삶을 꿈꾸곤 했지만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작가의 이야기에 감정이입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전개가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술술 쉽게 읽히는 에세이였다. 이제 여행 드로잉 작가로 거듭나고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작가의 삶을 격하게 응원한다. 

 

 현재 리모작가는 이미 여러 책을 출판하고 어반 스케치 작가로 활동을 하고 있다. 제주도와 북유럽 이야기 등 그의 책은 모두 읽어보았는데 그림은 여전히 예쁘고, 글은 훨씬 매끄러워졌다. 나는 드로잉을 담은 책들은 대부분 소장해 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서 그림을 보곤 하는데 이번에 북유럽 여행기를 읽고 난 후 다시 생각나서 첫 번째 에세이였던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을 다시 꺼내 읽어 보았다. 낙서같이 작은 그림이든지 큰 작품이든지 애정을 담아 보게 된다. 특히 여행 에세이는 그림을 볼 때마다 나도 그곳에 앉아서 드로잉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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